음료를 계산대에 두고 지갑에서 카드를 찾아 뒤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핸드폰을 스윽~하고 갖다 댄다. "이번엔 내가 살게". 아우라를 뿜어내며 흔들어 보이는 스마트폰 후면에는 SAMSUNG 로고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삼성 페이의 편의성을 앞에서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왔다. 도대체 왜 애플 페이는 안 되는 거란 말인가? 그런데, 이제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애플 페이가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스팅에선 삼성 페이와 애플 페이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애플 페이가 도입될 이유 2가지를 다뤄보았다.
요약:
1. 삼성 페이와 애플 페이의 작동 방식이 다르다.
2. 애플 페이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정치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3. 애플은 2022년 전 세계로 애플 페이를 확대할 기술을 선보였다.
비접촉 결제시스템의 확장
코로나가 바꾼 풍경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현금이 전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게 만들었다. 이는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에 대한 니즈를 자연스레 불러왔다.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결제 단말기에 긁어야 하는 반면 스마트폰을 활용할 경우 NFC나 모바일 지갑을 통해 쉽게 결제가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는 미국 비접촉 결제 시장 규모가 2020년 83억 달러(약 9조 1,400억 원)에서 2025년 358억 달러(약 39조 4,30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국 설문조사 기관 RTi Reserach에 따르면 미국인의 19~23%가 코로나19 이후 비접촉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선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이미 비접촉 결제시스템이 많이 활성화되었다. 그 선봉에 있는 것이 바로 삼성 페이다. 하지만 세계 서비스는 30여 국가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애플 페이는 2021년 기준 63개국이 사용 중이다. 전 세계 약 6억 명이 고객인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우리나라만 애플 페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삼성 페이 vs. 애플 페이
카드 결제 방식 3가지
카드 결제 방식은 크게 MST, NFC 그리고 IC Chip 3가지가 존재한다.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은 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일반적인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마그네틱 카드가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결제 단말기는 전 세계에 보급되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보안성이 매우 취약하다. 누구나 카드만 있으면 정보를 읽고 쓰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은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예시로 교통카드가 있다. MST의 보안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RFID Tag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Key값을 알지 못하면 데이터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안성이 있다. 또한 통신거리는 약 10cm로 사용자가 원하는 단말기로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끊어지기 때문에 통신 범위가 큰 블루투스나 Wi-Fi에 비해 해킹 위험성이 낮다. 다만,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의 단말기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다.
IC Chip(integrated Circuit Chip)은 직접 회로(integrated circuit)를 이용해 특정 대상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MST 방식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붙어있는 금색 칩이다. 칩의 구성은 CPU와 RAM, ROM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자체적인 암호화 모듈도 함께 내장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자체 내장된 보안 기법을 통해 key값을 알아내기 어렵고, 카드 내의 데이터를 읽는 것이 이론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사할 수 없어 매우 안전하다.
삼성 페이는 무엇인가?
삼성 페이는 터치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언뜻 NFC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자기장을 이용한 MST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 NFC는 단말기를 필요로 하나 많이 보급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MST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MST방식은 기존 마그네틱 결제 방식과 비슷해 NFC보다 보안성이 취약한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삼성은 갤럭시 S21시리즈부터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모델에선 MST안테나를 제거했다.
삼성 갤럭시 워치 4는 국내외 모델에 관계없이 이 기술을 넣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 페이를 이용하려고 구매했으나 알고 보니 사용하지 못해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애플 페이는 무엇인가?
애플 페이는 NFC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보안을 우선시하는 애플의 정책 기조가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애플 페이를 사용하는 63개국은 NFC가 대중화되어있기에 굳이 보안성 낮은 MST를 채택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다. 무엇보다 MST 방식을 추가하기 위해 안테나를 추가해야 한다는 건 안 그래도 작은 스마트폰에서는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밌는 것은 애플의 수수료 정책이다. 앱스토어뿐 아니라 애플은 애플 페이 결제 건에 대해서도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카드사가 카드를 발급하는 비용 없이 애플 기기를 통해 사용하기 때문이란 논리다. 이에 따라 0.15%를 수수료를 챙겨가고 있다. IC칩은 우리나라 기준 개당 800원 선인데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면 1,600원으로 불어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정당한 수수료인 것이다.
애플 페이가 한국에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
애플 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카드사들이 만든 EMV망을 이용해야 한다.
EMV란 Euro pay, MasterCard, Visa Card가 1994년 제정한 국제 표준이다. IC chip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현존하는 기술 중 가정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현재는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JCB, 디스커버, Union Pay 6개 글로벌 카드사가 EMV 결제 표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어딜 가도 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해외겸용 카드의 경우 EMV에 맞는 카드가 발급된다. 해외 겸용 카드의 연회비는 높게 책정되어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MV를 사용하기 위해서 1%의 수수료를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1%는 매우 크다. 이를 연단 위로 환산하면 1,000억 원 이상이다. 일반적인 카드 수수료가 2%인 것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다.
너무 높은 수수료로 인해 2011년과 2016년, 국내 카드사가 비자카드 독점 지위를 이용한 로열티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카드사가 EMV를 도입할 경우, 결제 시 얻은 2%의 수수료에서 1%의 EMV 사용료를 내야 한다. 애플 페이를 이용할 경우 추가적으로 0.15%를 또 내야 한다. 결국 0.85%밖에 남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카드사 입장에선 선뜻 도입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는 2022년 4월부터 비접촉 결제 기능을 의무 탑재하도록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카드사는 불필요한 비용이 유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려 하더라도 핀테크 기업(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등)의 무서운 성장세로 사용자 이탈이 부담되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
삼성 페이는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는 앞서 설명했던 삼성 페이와 애플 페이의 차이점에서 기인한다. 애플 페이는 카드사가 제공하고 있는 IC칩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방식이다. 반면, 삼성 페이는 카드사의 디털 정보를 단순히 필요할 때 자지장 형태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투자금액이 들지 않는다. 물론, 해외에선 글로벌 모델의 경우엔 EMV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2022년엔 애플 페이가 한국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애플 페이가 한국에 도입될 것 같은 이유 2가지
한국형 EMV 개발
2022년부터 EMV 방식이 국제 표준화될 예정이다. 국내 입장에서도 더 이상 도입을 늦출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여신금융협회는 한국 IC카드 독자 표준인 KLSC(코리아 로컬 스마트카드) 규격을 개발해 왔다.
KLSC는 신한, KB국민, 현대, 삼성, 우리, 하나, 롯데, 비씨, NH농협 등 9개 카드사와 국내 표준 제정으로 합의되었다. 무엇보다 EMV 규격을 준용해 기존 단말기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를 통해 올해 상반기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의 경우 소니가 개발한 페리카(FeliCa)를 애플 페이가 사용한다. 사용하는 지역은 얼마 되지 않으나 일본 전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 퍼져있어 무시할 수 없다. 같은 선례로 우리나라의 KLSC가 저렴한 가격의 라이선스를 제시한다면 쉽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결제 서비스, "탭-투-페이(tap-to-pay)"
2022년 2월 8일, 애플은 새로운 비접촉식 서비스인 "탭-투-페이(tap-to-pay)"를 발표했다. 이는 별도의 하드웨어 장치를 연결하지 않아도 아이폰 자체 NFC를 통해 결제 가능한 기술이다. 애플 페이가 도입되기도 전에 더 윗단계의 해결책을 제시해버렸다. 1
애플 페이가 소비자 위주의 기술이었다면 탭-투-페이는 판매자를 위한 종합 결제 시스템이다. 판매자의 경우 결제를 받기 위해선 전용 POS기기를 필요로 했다. 이는 한국 시장에 애플 페이가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탭-투-페이는 아이폰을 단말기로 활용함으로 인해 판매자가 전용 POS기 없이 결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캐나다 스타트업기업 모비웨이브(Mobeewave)의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20년 7월,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들여 스타트업을 인수했었다. 모비웨이브는 추가 기기 연결 없이 NF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다음, 앱에 결제할 금액을 입력하고 NFC 신용카드를 전화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되는 간편한 시스템으로 호평받았었다. 2
기존 NHN페이코와 미래에셋 등이 아이폰 유저를 잡기 위해 NFC 결제 시스템 개발에 나섰었다. 하지만, 애플은 NFC 쓰기 기능을 허용하지 않아 반쪽짜리 기술에 불과했었다. 탭-투-페이를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이다. 애플은 이제 단순 결제를 넘어 페이먼트 플랫폼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결론
애플은 항상 그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폰이 나오기전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전파 통신법을 앞세워 국민을 볼모로 후진국형 기술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남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우리는 2G 폰을 쓰고 있던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폰 제조사가 당시 Wi-Fi기술을 넣지 않았기에 통신사들이 인터넷 사용료를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폰 출시 3년 후인 2009년, KT가 삼성전자의 반대를 무릎쓰고 아이폰3GS를 들여오자 그제서야 시장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애플 페이 도입 논란의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국내 카드사들(여신금융협회)이 손해를 보기 싫어 국민을 볼모로 불편을 감수하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 삼성조차 MST를 계륵으로 판단하고 글로벌 모델엔 적용조차 하지 않았다. 애플 페이가 출시된 지 7년이 지나 이제야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그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
탭-투-페이는 EMV 방식 계발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여신금융협회(이하 여신)의 뒤통수를 쳤다. 카드단말기(POS)로 벌어먹던 수입까지 넘보게 된 것이다. 이는 소비자와 판매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이득을 가져온다. 여신의 자승자박인 것이다. 사실 탭-투-페이는 결제 시스템 이상을 보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는 미래 먹거리에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다.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로 대표되는 빅 테크 기업들은 개인 데이터를 거름 삼아 점점 거대해졌고, 제조사는 철저한 을이 되었다. 하지만, EU의 강력한 개인 데이터 정보 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비롯하여 세계의 기조가 바뀌며 주도권은 다시 제조사로 넘어갔다. 3
제조사가 생산한 기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용자 정보가 귀해진 것이다. 애플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 그리고 맥북까지 수많은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런 애플이 페이먼트 플랫폼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따라서, 항상 착용하는 스마트 웨어러블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구글이 스마트 워치 시장에 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4
글로벌한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언제까지 자국민을 볼모로 자기 잇속을 챙길는지 모르겠다. 선진국 지수가 낮아져 퇴출 위기에 놓인 일본을 보면 남일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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